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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 퇴임을 앞두고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AI 기술에 필수적인 반도체 부품인 HBM 등 대중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취해왔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의 연장으로서, 한국 기업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전면적인 대중 압박을 예고한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중국의 AI 기술 발전 저지 차원에서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9년 12월 미중 1단계 합의(Phase 1 Trade Agreement)에서는 중국에 구매를 요청한 리스트에 집적회로(IC)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향후 반도체 수출통제의 강도와 범위는 아직 명확하지 않아 보입니다.
아래에서는 최근 발표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의 주요 내용과 트럼프 2기 정부의 수출통제 관련 시사점을 살펴보겠습니다.
1. 배경
2. 수출통제 조치의 주요 내용
3.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1. 배경
미국 상무부의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 BIS)은 12월 2일 HBM(high-bandwidth memory) 등 일부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소프트웨어 등 반도체 관련 품목에 대한 새로운 수출통제 조치 도입을 발표하였습니다. 금번 수출통제 조치에는 반도체 관련 품목으로의 수출통제 품목 확대 뿐만 아니라, 중국 군의 현대화에 기여하는 일부 기업들을 상무부의 우려거래자 명단(일명 “Entity List”)에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수출통제 조치와 관련하여, 미국 상무부는 중국의 첨단 AI 개발을 저지하고, 중국의 자체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HBM은 대규모 AI 훈련 및 추론에 필수적이고 첨단 컴퓨팅 집적회로(IC)의 핵심 부품이므로, 이러한 조치를 통하여 중국의 AI 기술 발전을 저지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는 12월 31일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는 종래 매우 제한적으로 이용되었던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oreign Direct Product Rules, 이하 “FDPR”)’을 화웨이를 대상으로 하는 수출통제에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이 미국의 통제를 외국 기업에까지 확대할 수 있는 강한 영향력을 가진 수단으로 부상하게 된 바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수출통제 조치 역시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을 통하여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수출국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내용입니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자국의 공급망을 분리하는 형태의 전면적인 ‘디커플링(decoupling)’ 대신,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반도체, AI, 양자컴퓨팅 등 특정 분야에서 중국과의 장벽을 높게 쌓는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추구해 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향후 트럼프 2기 정부에는 ‘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반도체, AI 등 관련 수출통제 조치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수출통제 조치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2. 수출통제 조치의 주요 내용
- 수출관리규정(EAR)상 수출통제 품목 추가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이하 “EAR”)을 중심으로 각종 수출통제 조치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반도체 관련 품목이 수출관리규정(EAR) 수출통제 품목에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아래 명시된 품목을 수출하는 경우에는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① 특정 HBM 제품
HBM의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memory bandwidth density)’가 mm2(평방 밀리미터)당 초당 2GB(기가바이트)보다 높은 제품을 일컫습니다.
② 반도체 제조 장비(Semiconductor Manufacturing Equipment, SME) 24종
첨단 노드 집적 회로를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장비로서, 특정 식각, 증착, 리소그래피, 이온 주입, 어닐링, 측정 및 검사, 청소 관련 도구 등이 포함됩니다.
③ 소프트웨어 3종
첨단 노드 집적 회로를 개발 및 생산하는 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로서, 첨단 기계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에 기여하는 소프트웨어가 포함됩니다.
- 미국 상무부 “Entity List”에 140개 기업 추가
Entity List는 미국 상무부에서 관리하는 우려거래자 목록으로서, 국가안보상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외국인, 외국 기업 및 단체가 등재됩니다. Entity List에 등재된 자들에게 수출관리규정(EAR) 수출통제 품목을 수출, 재수출, 국가 내 이전(in-country transfer)하는 경우에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군대의 현대화와 연관된 기업 140개를 Entity List에 새롭게 등재하였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개발에 관하여 중국 정부의 지시를 따르며 미국 및 동맹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 기업들입니다. 해당 기업들에 대한 첨단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수출은 금지됩니다. 140개 기업 대부분은 중국에 소재한 기업이지만, 일부 한국, 일본, 싱가포르에 소재한 기업들도 있습니다.
-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 조항 신설을 통한 통제 범위 확대
미국 상무부 수출관리규정(EAR) 내의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에 의하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만든 제품에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된 경우, 미국산 제품과 같은 수준으로 미국 수출통제 조치가 적용됩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하여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에 일부 조항을 신설하였는데, 신설된 조항에 해당하는 경우, 한국 국내 기업도 수출관리규정(EAR)의 적용 대상이 되어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조치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번 조치를 통해 신설된 규정에 따른 수출통제 품목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중국을 목적지로 하는 반도체 품목
상품이 마카오 또는 중국 등(미국 정부가 수출관리규정(EAR)의 “국가 그룹 D:5”로 분류한 국가들을 지칭)을 목적지로 한다는 "인식(knowledge)"이 있는 경우, 특정 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SME) 및 관련 품목에 대하여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됩니다.
② Entity List의 Footnote 5(각주5)로 표시된 기업이 관여한 반도체 품목
이번 조치를 통하여 Entity List에 등재된 자들에 대해서는 목록에 ‘Footnote 5(각주 5)’라는 표시가 붙습니다. 이처럼 ‘Footnote 5(각주 5)’라고 표시되어 있는 자가 특정 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SME) 및 관련 품목에 관여하였다는 점에 관한 “인식(knowledge)”이 있는 경우, 동 품목에 대하여 해외직접생산품 규칙이 적용됩니다.
③ 해당 반도체 품목에 일정 수준 이상의 미국산 집적회로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미소기준 관련)
위에서 논의된 특정 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SME) 및 관련 품목에 일정 비율 이상의 미국산 집적 회로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이 적용됩니다. 이는 해당 품목에 포함된 미국산 부품의 비율 계산에 관한 미소 기준(De minimis) 규정입니다.
- 일본 및 네덜란드의 제외
일본 및 네덜란드의 경우, 금번 수출통제 조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이들 국가는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더라도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된 것입니다. 이는 일본, 네덜란드, 미국 정부의 수개월에 걸친 협상에서 나온 결과로 보입니다.
3.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번 수출통제 조치의 수출통제 품목이 미국의 국가 안보 관점에서의 첨단 장비로 한정되어 있고, 범용 반도체 관련 장비까지 모두 포함된 것은 아니므로, 아직까지 본 조치가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다만, 트럼프 1기 정부 때는 출범 초기부터 Entity List에 화웨이와 같은 중국 기업들을 대거 등재하는 방법으로 수출통제 조치를 강화한 바 있습니다. 또한, 수출통제 품목이 아닌 경우에도 최종 용도 및 최종 사용자 등과 관련된 경우라면 수출허가 의무를 부과하고, 군사 최종사용자 목록(military end user, MEU)이라는 우려거래자 목록을 신규 도입하는 등 수출통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1기 정부의 경우 ‘해외 직접 생산품규칙(FDPR)’을 통하여 미국 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이 미국 기술, 소프트웨어, 장비로 미국 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중국 기업으로 수출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에 집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곧 출범할 트럼프 2기 정부도 수출통제 조치를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자국 중심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2기 정부는 AI 및 반도체의 국가 안보 차원에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개발, 제조 및 수출 과정에서 트럼프 2기 정부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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