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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법재판소 Kolin 판결의 의의 및 동유럽 건설시장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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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23

대한민국은 WTO 정부조달협정(GPA)의 서명국이고, 동 협정 가입으로 EU 공공조달 시장 입찰에 EU내 업체와 동등한 조건으로 참여할 법적 권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 유럽사법재판소(CJEU)에서는 GPA가입국 기업과 비가입국 기업의 시장 참여에 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동유럽지역의 진출과 관련하여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판결인 콜린(Kolin) 판결(C-652/22) 및 칭다오 시팡(Qingdao Sifang) 판결(C-266/22)은 GPA 비가입국인 중국과 터키 기업의 유럽 건설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결 경향은 동유럽 및 중부유럽(CEE) 지역 뿐만 아니라 EU 자금이 활용될 예정인 우크라이나의 재건/인프라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하 해당 판결의 요약과 의미를 검토하면서 동 판결이 우리나라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Kolin 판결(C-652/22)

2. Qingdao Sifang 판결(C-266/22)

3. 중국과 터키의 대응방안, 그리고 우리나라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

4. 우크라이나와 EU 기금의 확장적 영향

5. 결론

 


 

1.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Kolin 판결(C-652/22)

 

이 사건은 크로아티아 철도 인프라 건설 공공조달 계약의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2022년 1월 25일, 발주기관인 “HŽ Infrastruktura(HZ)”는 오스트리아 Strabag AG, 크로아티아 Strabag d.o.o., 체코 Strabag Rail a.s.로 구성된 “Strabag 그룹”을 낙찰자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튀르키예 기업 “Kolin İnşaat Turizm Sanayi ve Ticaret A.Ş.(Kolin)”가 크로아티아 공공조달 감독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감독위원회는 2022년 3월 10일, Strabag 그룹의 기술적 역량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낙찰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그러나 “HZ”는 2022년 4월 28일 Strabag 그룹에게 추가 서류 제출을 요청하며 재입찰을 진행했고, 감독위원회는 크로아티아 공공조달법 제263(2)조에 따라 이 절차가 적법하다고 인정했습니다.

 

크로아티아 공공조달법 제263(2)조는 “계약체결당사자가 입찰자의 자격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 에서 추가 설명이나 증거 제출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는 계약체결절차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Kolin은 이 조항의 해석을 두고 크로아티아 고등행정법원(Visoki upravni sud)에 소송을 제기하며 세 가지 주요 쟁점을 제기했습니다. 첫째, HZ의 보충서류 요청이 EU 공공조달법상 “평등 대우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 둘째, 튀르키예 기업임에도 EU 지침 2014/25/EU에 따른 권리 보호를 요구한 점, 셋째, 크로아티아 법 제263조 2항이 EU법과 상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크로아티아 당국은 EU 공공조달 지침 2014/25/EU 제25조(비차별 원칙)를 근거로, 계약체결당사자의 서류 요청 권한을 강조하며 자국 법률이 적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제25조는 “회원국들이 WTO 정부조달협정(GPA) 또는 이와 유사한 국제 협정의 서명국인 제3국 경제 운영자(economic operator)에게만 동등한 대우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중요성으로 인해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여러 EU 국가가 크로아티아 법원에 제3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크로아티아 고등행정법원은 EU법 해석 문제가 발생하자 유럽사법재판소(Court of Justice of the European Union; CJEU)에 예비판결(preliminary ruling)을 요청했습니다. CJEU는 2024년 10월 22일, 상호조달 협정 미가입국 기업의 권리 범위 및 크로아티아 법 조항의 EU법 합치성 여부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크로아티아 고등행정법원은 Kolin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CJEU는 다음과 같은 판단 기준을 제시하며 Kolin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1) WTO GPA 등 EU와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제3국(튀르키예 포함) 기업은 EU 조달 시장에서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없음

(2) 해당 외국 기업들은 EU 회원국 또는 협정 체결국 기업과 동등한 지위로 공공조달 절차에 참여할 권리를 EU 지침에 근거해 주장할 수 없음

(3) EU 회원국은 협정 미체결 제3국 기업의 참여를 단독으로 허용할 권한이 없음

 

또한 CJEU는 크로아티아법 제263조 2항이 EU 지침 2014/25/EU 제25조와 모순되지 않으며, 절차적 공정성 훼손 여부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EU 조달 시장 참여 기업을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첫째, EU 회원국 기업에게는 완전한 권리를 보장하고, 둘째, GPA 등 협정 체결국 기업에게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제한적 권리를 보장하며, 셋째, 협정 미체결 제3국 기업에게는 EU 조달법상 권리를 제한하는 것입니다. 2023년 당시 GPA 협정 가입국은 43개국이었으나, 튀르키예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Kolin은 세 번째 범주에 속해 EU 조달 관련 결정에 대해 법적 항의 권한이 제한되었습니다.

 

 

2. Qingdao Sifang 판결(C-266/22)

 

2025년 3월 13일, 루마니아 철도 인프라 관리기관 ARF(Autoritatea pentru Reformă Feroviară)가 주관한 공공 입찰에서 중국 기업 CRRC Corporation Limited와 Qingdao Sifang이 주도한 컨소시엄이 배제된 사건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2021년 4월 19일, CRRC-Sifang 컨소시엄과 이탈리아 업체 Alstom Ferroviaria SpA가 입찰에 참여했으나, ARF는 2021년 11월 2일 CRRC-Sifang 컨소시엄을 배제하고 Alstom과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ARF는 CRRC와 Sifang이 중국 기업으로서 루마니아의 긴급정부명령(OUG) No. 25/2021에서 정의하는 “경제 운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OUG No. 25/2021은 EU와 조달 협정을 맺지 않은 제3국 기업들의 공공조달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21년 4월 5일부터 루마니아에서 시행되었습니다. CRRC-Sifang 컨소시엄은 이 명령이 소급 적용되었으며 EU법과 루마니아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 국가분쟁해결위원회(Consiliul Naţional de Soluţionare a Contestaţiilor; CNSC)와 부쿠레슈티 항소법원은 이들의 이의 제기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유럽사법재판소(CJEU)는 EU 지침 2014/24/EU 제25조와 EU의 배타적 권한을 근거로, Qingdao Sifang이 GPA 비서명국인 중국 소속 기업이므로 루마니아의 조치가 EU법에 부합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OUG No. 25/2021을 통해 이미 GPA 비서명국 기업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던 루마니아의 입장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콜린 판결(C-652/22)과 유사하게 EU 회원국이 제3국 업체 참여와 관련된 광범위한 규제를 독자적으로 도입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3. 중국과 터키의 대응방안, 그리고 우리나라 건설업체에 미치는 영향

 

GPA(정부조달협정)는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하여 특정 국가와 산업에 대해 비차별 원칙의 적용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EU는 이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여, 상대국이 EU 공급자에게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국가의 공급자에게도 GPA 체결로 인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은 외국 건설 기업의 공공 입찰 참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외국 자금으로 지원된 입찰에만 제한적으로 참여를 허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EU는 중국이 2001년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GPA 가입 제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대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4년 제안에서도 중국은 국가 기관, 공공 기관 및 사회 조직이 재정 자금으로 수행하는 조달(약 10%의 시장)에만 초점을 맞췄으며, 대규모 인프라 및 공공 유틸리티 프로젝트(약 90%의 시장)는 완전히 제외시켜 GPA 체결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제3국 입찰자의 EU 공공조달 시장 참여는 현재 EU 내에서 중요한 논의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EU는 지침 개정을 검토 중이며, GPA와 같이 EU와 국제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외국 입찰자의 허용 여부를 결정할 법적 근거를 마련할 가능성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태입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재출범으로 인한 EU 보호주의 강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여부에 대한 정책적 판단, 헝가리를 제외한 터키 및 중국에 대한 EU 내 반감 등 여러 요인이 이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1997년(개정 GPA는 2016년에 발효)부터 GPA 서명국으로서 기본적으로 EU 공공조달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EU 공공조달 지침의 조항들을 원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며, 이는 EU 내 업체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됩니다. 따라서 공공조달 입찰 과정에서 평등 대우 원칙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와 EU 간 서명된 GPA에는 5가지 부속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앙정부 기관 목록(부속서 1), 지방정부 기관 목록(부속서 2), 공공 유틸리티 등 기타 기관(부속서 3), 적용 상품 목록(부속서 4), 그리고 건설 분야를 포함한 대상 서비스 목록(부속서 5)이 명시되어 있어 각 프로젝트마다 평등 대우 원칙의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국방이나 원자력 부문은 종종 GPA 적용 범위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재 국방 수출 현황을 살펴보면, 유럽연합기능조약(TFEU) 제346조에 따라 EU 회원국들이 필수적 안보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역내 시장 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한 무기, 탄약 및 전쟁 물자의 생산 및 거래와 관련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공공조달 규정의 제한을 받지 않는 G2G 방식으로 무기를 판매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4. 우크라이나와 EU 기금의 확장적 영향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콜린 판결(C-652/22)과 칭다오 시팡 판결(C-266/22)은 EU 공공조달 시장에서 제3국 기업의 참여 권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특히 EU 기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GPA(정부조달협정) 비회원국이지만, EU의 NDICI(Neighbourhood, Development and International Cooperation Instrument; 인접·개발·국제협력기구) 및 다양한 신탁기금을 통해 인프라와 원자력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재정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EU 조달 지침이 우크라이나 발주기관에 계약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콜린 판결의 해석이 지침 2014/24/EU 제25조(배제 권한)의 적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건설사들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진출할 때, EU 기금이 투입된 입찰에서는 콜린 판결에 근거한 GPA 기반 접근 제한(2014/24/EU 제25조)이 적용될 위험이 존재합니다. 특히 EU 기금과 국제금융기관(IFI) 자금이 혼합된 프로젝트(예: EIB + NDICI)는 입찰 자격 요건이 복잡해질 수 있으므로 사전 검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콜린 판결 이후 EU 법규를 강조하는 경향으로 인해 GPA 비가입국 소속 건설업체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EU 기반 컨소시엄에 참여하거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금융기관(IFI) 조달 중심 프로젝트 입찰 전략이 보다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5. 결론

 

우리나라는 GPA(정부조달협정) 서명국으로서 EU 공공조달 시장에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기업들은 EU 내 업체들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으며, 최근 중국 및 터키와 같은 GPA 미가입국 기업들의 EU 내 입찰 참여가 제한되는 추세에 따라 우리 기업들, 특히 건설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프로젝트별로 평등 대우 원칙의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으며, 국방이나 원자력 등 특정 분야나 EU 규제의 영향력이 큰 기금을 활용한 프로젝트에 외국 업체(특히 터키와 같은 GPA 미가입국 기업)와 공동으로 참여할 경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한국과 터키 기업들이 협력해 입찰을 준비하는 경우, 터키 기업이 조달 절차에서 배제될 가능성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으면 컨소시엄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콜린 판결의 확대 해석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EU 건설시장 진출 시 각 프로젝트별 입찰 참가 조건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EU 공공조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CE 인증(Conformité Européenne)과 같은 유럽 표준 규격을 확보하고,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실적을 쌓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콜린 판결 이후 제3국 기업의 공공조달 시장 참여 여부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2025년 하반기에 새로운 조달시장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므로,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화우 해외건설팀은 해외건설 관련 입찰제안서 등 문서의 작성 및 검토, 계약 조건 협상, EPC 계약서 작성을 포함하여, 해외 건설 현장 파견 관련 법률 이슈, 관련 기관 및 업체와의 협상 등 대리 업무까지 해외건설의 입찰단계부터 공사 진행의 모든 단계에서 총체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화우 해외건설팀은 해외 건설 현장이 위치한 나라의 현지법을 철저히 검토하여 계약서 독소 조항을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 건설 프로젝트에서 적시에 필요한 공문의 작성 및 계약상 대응방안을 마련하여 프로젝트에 관한 전반적인 법률자문을 제공합니다. 아울러 해외건설 관련하여 발생하는 국제중재, 국내중재, 현지 및 국내 소송 등에 있어서도, 내부 전문인력뿐 아니라 해외 제휴기관(로펌 등)과 긴밀히 협업하여 효과적인 법률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화우 국제중재·소송 그룹은 폭넓은 국제분쟁업무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계 다양한 법체계의 준거법에 기초하여 다수의 분쟁해결 절차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으며, 중재판정의 효율적인 집행업무도 함께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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